일 하다가 손가락 끝이 수직 골절이 되어서 일을 강제로 쉬게 되었다. 누군가는 좋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나는 알바 개념이라서 일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없어져 빨리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무튼 그런 차에 영화라도 볼까하여 이번에도 아무 정보도 없이(심지어 이번에는 나오는 배우와 별점도 확인하지 않았다) 영화 한편 골라 보게 된 영화가 이 <3일의 휴가> 영화였다.
영화의 시작은 박복자(김해숙 배우)라는 할머니가 여행사에 당첨이 되었는지 어디로 가면 되는 지 가이드(강기영 배우)에게 설명을 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는 이때만 해도 어디 오래 떨어져 있던 딸을 만나러 가는 여행 이벤트에 당첨되었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단숨에 이동하는 것을 보고 이게 왜 장르에 판타지가 가미되어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영화 초반부터 박복자 씨는 죽은 사람으로 딸을 보러 3일동안 휴가를 나온 것이었다.
영화를 다 본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죽은 지 3년이 지나서 천국에서 3일동안의 휴가라고 하여서 3일동안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미국 UCLA에서 대학 교수로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딸에게 이동하지만, 이동된 곳은 미국이 아닌 한국, 그것도 서울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시골집이었다. 자신의 딸 방진주(신민아 배우)가 이렇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본 박복자는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궁금해하며 3일간 방진주를 따라다니며 방진주의 사연을 알아가게 된다.
포스터에서 보이는 것처럼 힐링 판타지의 장르에 충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예전에 살던 집에서 백반집을 하면서 지내는 진주의 모습에 시골 힐링 영화인 <리틀 포레스트>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맛깔스럽게 백반 요리를 하는 장면은 해외에 살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너무 그리운 한식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대체 그렇게 대학 교수를 하던 진주가 왜 한국 시골에 내려와서 백반집을 하는 지, 어머니인 복자와는 어떤 관계였는지 조금씩 풀어나가면서 영화가 진행된다. 풀어 나가는 과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부모의 희생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잘 다루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영화의 마무리이다. 이 아래는 스포가 될수도 있으므로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은 영화에 대한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힐링 판타지라고 말하며 초반과 중반에는 힐링 판타지의 장르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부모의 희생과 신파를 살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다. 글쓴이가 영화를 보면서 '과연 언제쯤 딸은 어머니의 진심을 알아주고, 어머니와의 화해를 할 수 있을까'였다. 물론 어머니는 혼자 관찰하면서 자신이 몰랐던 딸의 모습들을 보면서 딸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딸은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고, 혼자서 스스로 견디는 모습만 나타난다. 그리고 마지막에 꿈에서 한번 봤다는 이유만으로 어머니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결말은 개연성이 너무 부족한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딸과 맞이하면 딸에 대한 기억을 잃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딸에게 다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주러 꿈에 나타난 복자이지만, 결국 꿈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마지막에 자신이 쓰던 일기에 괜찮다는 이야기와 나중에 자신이 딸을 잊더라도 자신을 찾아달라는 글을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나는 이 장면이 딱히 슬프다고 생각되기 보다도 '그래서 이렇게 끝난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힐링을 하기 위해 보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을 텐데 찝집함만 남기는 결말이 아니었나 싶다.
슬픈 영화를 보고도 잘 우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최근에 게임 <산나비>를 플레이하고 엔딩 부분에 정말 많이 울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에 와 닿는 슬픈 내용을 보면 찡해서 눈물이 나오게 되었다, <산나비>역시 <3일의 휴가> 처럼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이번 영화를 보면서는 그렇게 슬픈 생각이 나진 않았다. 힐링과 신파 중 힐링에 많이 더 치중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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